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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동에서 협상에 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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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03:54:47] 주간 미시간 작성자 : 피터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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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말한다, 국부펀드가 있고 오일머니가 있는 중동에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실제로 최근 몇년간 많은 한국인들이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동이라는 땅은 한국인들에게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닌 듯싶다.
두바이 현지에서 들리는 한국인들의 성공소식은 몰려든 한국인들의 수에 비하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한국인들 아직 중동에 대해 너무 몰라
우선 한국인들이 아직 중동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상대를 모르고서 협상에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70~80년대 중동의 건설현장을 누비던 한국인들은 90년대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오일 붐에 찾아 다시 중동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미 수십년전 누비고 다녔던 중동에 대해 여전히 별로 축적된 지식이 없다.
반짝하는 중동의 건설경기에 편승한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어쩌면 다소 기회주의적 접근 태도 때문이다. 중동에 대한 지식도 서로 공유되지 않고 또 쌓이지도 않는다. 한국인들이 찾는 중동은 언제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러나 더 아쉬운 것은 앞으로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현지 사정이 왜곡된 형태로 한국에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 보다는 대부분이 전략적으로 기획된 홍보성 기사인데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인들은 이를 대체로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
◆ 한국언론의 선정적 보도.. 결국은 한국인의 협상력 훼손
게다가 중동을 다루는 한국의 언론들은 매우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보이며 진실을 외면해 왔다. 1~2년 전 두바이는 한국에서 환상적인 나라였지만 지금은 거의 망해가는 나라로 묘사된다. 극과 극이다. 바로 객관적인 사실 보다는 선정성에 관심을 두고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오일머니가 없어서 빨리 달아올랐다 또 금새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의 두바이보다도 오히려 더 두바이스러운 태도라고나 할까.
중동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한국언론에 대고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누가 자신이 소속된 회사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부정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겠는가.
일부 한국기업은 한국에서 출장오는 기자들을 특히 반기기까지 한다. 사나흘 정도 머물다 가는 기자들을 구워삼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출장기자들에 노출이 많이 되는 기업일수록 현지에서 확인되지 않는 나쁜 소문이 더 무성하다.
결국 한국언론의 선정적인 보도태도는 적어도 중동국가와의 협상에 있어서 한국인의 협상력을 훼손했다.
지난 몇년간 아름다운 환상에 젖은 많은 한국인들은 오일머니를 유치하겠다며 중동을 찾았고, 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지위가 부끄러울 정도로 매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중동 국가로서는 밀려드는 한국인들과 사진 몇장만 찍어주면 많은 돈을 뿌리고 가는데 굳이 '한국에 투자할 오일머니가 없다'고 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난 몇년간 중동의 오일머니가 대규모로 한국에 투자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2007년도 두바이의 이웃 토후국인 아부다비에 대한 외국인 투자 1위 국가가 되기도 했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두바이 건설시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합작사업 형태로 아부다비에서 부지를 구입해 개발사업을 벌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들.. 협상에 능숙
그러나 한국이 중동을 단지 모르기만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일각에서는 협상력에서도 한국인들은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인 아랍인들에게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두바이에 10년을 살았다는 한 한국인은 "아랍인들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장사(협상)를 배우는데, 스무살이 되면 이미 중견 경영인의 면모를 갖추고 서른살이 되면 협상에 아주 능숙한 베테랑 사업가가 된다"고 말했다.
20년씩 공부하고도 나이 서른에 취직하기도 힘든 한국인들이 겨우 취직해 상대적으로 짧은 사회경험으로 노련한 아랍인과의 협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한국 외교관은 아랍국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아랍 명문가 집에 초대받았던 이 외교관은 겨우 10대 초반의 아랍 소년의 '하인 다루는 듯한' 태도와 위세에 40대의 자신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명문대를 나와 외무고시까지 합격했을 한국의 외교관의 사정이 이 정도라니, 우리 기업인들이 아랍의 유력 기업인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한편 국가간의 거래에 있어서도 중동의 '왕정국가'는 정권교체 시기마다 정책의 일관성에 영향을 받는 '민주국가' 한국보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결정권이 소수의 권력자에게 집중돼 있는데다 이것이 수십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일관된 협상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국의 고등훈련기(T-50 골든이글)의 UAE 수출이 무산된 것을 두고 국내의 한 언론은 '전략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과연 우리가 중동국가에 대해 전략만 부족했을 뿐인지 다시 한번 차분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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